사회적 이슈

관광 대한민국의 굴욕, 베트남에도 추월당해

Shawn Chase 2018. 12. 24. 20:48

올 1500만명 vs 1600만명 전망
일본은 3000만명 돌파 `질주`

  • 신익수, 이용건 기자
  • 입력 : 2018.12.24 17:52:53   수정 : 2018.12.24 20:06:27
  • ◆ 베트남에 추월당한 韓관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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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관광이 추락하고 있다. 아시아의 관광 패권을 놓고 한때 일본과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한국 관광은 해외여행 자유화(1988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관광 변방인 베트남에도 추월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당분간 국가적인 관광 메가 이벤트가 사라지면서 `관광 위기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10월 말 현재 관광 경쟁력 핵심 지표인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유치) 통계에서 총 1267만명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나 1412만3556명을 기록한 베트남에 150만명 가까이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말까지 한국은 연간 인바운드 관광객 규모를 1500만명 선으로 예상해 연간 기준으로도 외국인 관광객 1600만명 유입을 낙관하는 베트남에 100만명 이상 뒤질 것으로 관측된다. 월간 통계는 물론 연간 인바운드 통계에서 베트남에 뒤진 것은 1988년 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중국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베트남에 밀렸다는 건 `인바운드 쇼크`라고 할 만한 굴욕적인 일"이라며 "한국 관광의 매력이 떨어진 직접적인 예로 봐야 한다. 정부 지원 등 관광 활성화 정책 전반을 리셋하지 않으면 아시아 관광 패권을 손쉽게 내주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때 관광 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일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치욕 수준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1420만명 대 1342만명으로 100만명 가까이 앞섰던 한국은 불과 4년 만에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일본은 이미 지난 10월 작년 기록인 2869만명을 넘어섰고 올 연말까지는 사상 최대인 31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는 한국보다 늦은 2013년이었지만 한국이 어물쩍거리는 5년 동안 일본은 이를 3배로 늘린 것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때 턱밑까지 추격했던 싱가포르는 미·북정상회담 호재를 등에 업고 10월 말 1548만명을 넘어선 뒤 연말까지 20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며 홍콩은 10월 말 기준 5256만명으로 6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에 크게 뒤졌던 대만도 10월 말 892만명을 찍은 뒤 올 연말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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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관광정책 제로…무관심이 부른 `관광 굴욕`

    베트남 2020년 2천만명 넘봐
    日도 저비용항공 등 정책지원

    업계 "파주DMZ 字 안붙으면
    정부선 거들떠도 안봐" 분통

    4년 전 일본보다도 많았던
    韓방문객 수 日 반토막으로

    • 신익수, 이용건 기자
    • 입력 : 2018.12.24 17:50:39   수정 : 2018.12.24 20:02:42
    • ◆ 베트남에 추월당한 韓관광 ◆

      # 지난 5월 한 SNS. `공포여행, 할롱베이`라는 타이틀로 `쥐·바퀴벌레 우글대는 크루즈, 예약한 곳으로 운항도 안 했다`는 호주 여성 린 라이언 씨의 SNS가 모바일에 돌아다니자마자 응우옌반뚜언 베트남 관광청장이 직접 사과 편지를 쓰고 무료 베트남 관광을 제안해 화제가 됐다.

      # 올 초 `해외서 문제 생기면 일본대사관을 찾아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해외여행 중 황당한 일로 현지 경찰에 붙잡힌 한국인 A씨가 재외공관에 도움을 청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연락이 없었던 것. 고립무원이었던 A씨는 우연히 알게 된 일본인 친구가 일본대사관에 부탁해 겨우 빠져나왔다.

      관광에 `올인` 중인 베트남 정부와 한국 정부의 차이다.
      관광 전문가들은 1인당 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베트남이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유치) 통계에서 한국을 추월한 요인으로 저렴한 물가, 정부 지원과 함께 관광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1순위로 꼽는다. 김형준 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팀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국행 발이 묶인 중국 관광객이 베트남으로 `P턴`한 것도 올해 베트남 인바운드의 선전 요인이 됐지만 이면에서 승부를 가른 건 계량화할 수 없는 정부의 관심"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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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베트남 명물 된 `골든 브리지`
      CNN이 올해 아시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다리 중 하나로 소개한 베트남 바나힐 골든 브리지. 골든 브리지는 베트남 정부가 2020년까지 20억달러(2조원)를 투자해 2000만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추진하는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어졌다. [사진 제공 =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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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아예 나라 전체가 나서 관광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CNN이 올해 아시아 베스트 다리 중 하나로 꼽은 다낭 바나힐의 명물 골든 브리지는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위해 20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며 펼치고 있는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랜드마크다.

      지역 내 대형 리조트 건설과 함께 카지노 기반 복합리조트 건설에도 정부가 앞장서 빗장을 풀고 있다. 한국에서는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는 범죄 전과가 없는 21세 이상에 월소득 1000만동(약 50만원) 이상임을 입증하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휴양도시 붕따우 등에서는 경마와 경륜 등 사행산업을 위한 대형 경기장 건설까지 추진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 업체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공항에서는 이미 공유 카풀(승차 공유) `그랩`이 시행되고 있다. 자차 운전자와 탑승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데, 자가 차량 택시를 비롯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밴, 오토바이까지 다양한 차종을 필요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카풀 서비스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확정된 금액과 거리는 물론 나아가 배정된 기사의 프로필과 평점까지 볼 수 있다.

      카카오 카풀 제도를 시행조차 못한 한국보다 사실상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베트남 정부는 한국 화폐를 입금하면 현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카드까지 선보였다.

      이런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덕에 베트남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꾸준히 우상향이다. 베트남 관광청이 최근 발표한 `2017 국제 방문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3.5%가 베트남 여행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만족도가 높다 보니 인바운드 관광객 숫자는 늘 수밖에 없다.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빅3 여행지(베트남·태국·필리핀) 중에서도 최하위권을 맴돌았던 베트남은 작년에 외국인 관광객 1292만명을 기록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뒤 올해 10월 말까지 1412만3556명이 다녀가며 탄력을 받고 있다. 연말까지는 작년 대비 21.3% 성장한 1600만명을 내다보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우리보다 700만명이나 적었던 베트남이 사상 처음 한국을 역전한 것도 모자라 무려 100만명 이상 높은 숫자를 목표로 잡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2012년 일본을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한국은 이후 1700만명을 찍으며 수직 상승한 뒤 메르스 역풍을 맞아 1300만명대로 추락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관광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올해는 잘해야 1500만명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관광 관련 정책은 이번 정부 들어 사실상 `제로`다. 올 초 발표한 관광진흥 기본계획은 박근혜정부 때의 틀과 바뀐 게 없고, 그나마 시행하고 있는 봄·여름 `여행 주간` 역시 이전 정부 것을 그대로 이어가는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 관련 고위직을 거친 한 간부는 "정부의 관광정책과 관광 관련 소통이 사라졌다는 말이 벌써 들린다"며 "인바운드 통계는 관광 경쟁력의 핵심 지수다. 경제력이 열 배나 앞서는 한국이 관광 후진국 베트남에 인바운드를 추월당한 건 수모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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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관광객 `뚝` 썰렁한 명동거리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베트남을 여행하는 관광객 숫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명동거리도 24일 갑자기 찾아온 추위 탓인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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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관광 몰락을 놓고 관광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게 정부의 무관심이다. 베트남뿐만이 아니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아시아 주요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뒷받침을 등에 업고 아시아 관광 패권을 향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말 기준 한국을 두 배 이상 추월한 일본의 관광 슬로건은 `관광 입국`이다. 속내는 살벌하다. 일본 특유의 하라키리와 가미카제의 각오를 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관광 입국 추진 각료회의`와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 구상회의`를 진두지휘한다. 전 각료가 참가하는 `관광 입국 추진 각료회의`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를 기점으로 방일 관광객 목표치를 4000만명으로 늘려 잡고 있다. 2012년 한국에 200만명이나 밀리며 1000만명 달성에 실패했던 일본이 불과 6년 만에 두 배 이상 한국을 역전한 셈이다. 관광수지 면에서도 지난해에는 한국 134억달러, 일본 341억달러로 2.5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 정부는 정반대다. 문재인정부 들어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국가적인 관광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에 현 정부는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면서 관광진흥비서관을 보란 듯이 없앴고, 대통령 산하 기구로 추진된 국가관광전략회의도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격하시켰다. 부처 간 정책과 협력을 조율할 책임자들이 부재 상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관광 전문가들은 대북 일변도 관광전략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다. `DMZ, 파주`라는 용어가 붙지 않으면 예산 지원은커녕 관심조차 없다는 푸념이다. 문체부가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 국가 관광 경쟁력에서 19위에 올랐다고 떠들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 지원의 가늠자인 관광정책 우선순위 점수는 조사 대상 136개국 가운데 63위로 여전히 중위권을 맴돈다.

      여행지에서 여행족이 체감하는 관광 물가인 가격 경쟁력은 88위로 하위권이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숫자 얘기만 나오면 `사드 여파다, 중국 관광객 감소 탓`이라고 핑계를 대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비자 자율화 등 특단의 활성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이대로 몰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이용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