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尹, 秋라인 참모에 완전히 고립" 檢생활 23년 이완규의 한탄

Shawn Chase 2020. 12. 19. 11:35

[중앙일보] 입력 2020.12.19 05:00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던 모습. [연합뉴스]"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앉힌 참모들에 윤석열 총장은 완전히 고립돼 있었다"
 

尹총장도 징계위 통해 뒤늦게 당시 상황 알며 "황당' 반응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가 한탄하듯 전한 말이다. 이 변호사는 "윤 총장의 징계 사건을 맡고서야 올해 대검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됐다"며 "대검에서 총장의 지시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20년 넘게 검사생활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檢 생활하며 이런 적 없었다" 

이 변호사는 올해 8월까지 윤 총장의 대검 참모였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 대해서도 "윤 총장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라 반박했다. 윤 총장 역시 이번 징계위를 통해 채널A 수사 당시 자신의 지시가 묵살됐던 정황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지난해 1월 구내식당 향하는 당시 대검찰청 부장검사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관정 대검찰청 형사부장, 이주형 과학수사부장, 심재철 반부패 강력부장, 노정환 공판송무부장. [연합뉴스]

검찰총장과 총장의 과거 참모들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시 대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추 장관의 '윤석열 사단 대학살' 인사에서 모든 것이 비롯됐다"고 말했다.
 

'尹 사단 대학살'에서 시작된 갈등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약 일주일 뒤인 1월 8일 첫 번째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박찬호 검사장 등 대검 참모 전원이 수사권이 없는 고검이나 제주도 등 지방검찰청으로 좌천됐다. '윤석열 사단' 대학살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현재 윤 총장과 각을 세우는 이성윤·심재철·김관정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핵심요직인 반부패강력부장, 형사부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이 임명제청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까지 더해지며 대검 참모 중 윤 총장과 인연이 있는 인사는 구본선 대검 차장(현 광주고검장) 정도뿐이었다. 당시 대검에 근무했던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윤 총장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사였다"고 했다.
 

지난 1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거세진 與 인사 기소 반대 움직임

이 인사 직후 윤 총장의 여권 수사를 두고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해 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현 열린민주당 대표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계자들의 기소에 동의하지 않았다. 
 
심재철 검사장 역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윤 총장의 지시로 기소가 결정됐지만, 검찰 내부에서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양석조 현 대전고검 검사가 상갓집에서 심 검사장에게 "네가 검사냐"라고 고성을 지른 '상갓집 항명 사태'도 이때 터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모습. 사진은 지난해 추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뉴스1]

"秋 장관에게 미션 받았나 싶어" 

당시 대검 사정에 정통한 한 현직 검사는 "윤 총장을 둘러싼 검사장들이 모두 여권 인사 기소에 반대해 추 장관에게 미션을 받고 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한 현직 검사장도 "당시 대검 참모들은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고 기억했다.
 
윤 총장의 주요 징계사유인 판사 문건을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심 검사장은 지난 15일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윤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이지, 대통령이 되면 검찰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채널A 사건서 폭발한 갈등 

채널A 사건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이 요직에 앉힌 검사들이 서로의 확실한 색깔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윤 총장과 아직 추 장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던 대검 연구관들은 채널A 수사 당시 "죄가 되기 어려운 사건"이란 입장이었다. 
 

지난 2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 고검을 찾아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성윤 지검장과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이정현 중앙지검 1차장(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물론 한 검사장까지 수사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의견을 달리했다. 채널A 사건 감찰을 진행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징계위에서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 수사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라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했다고 한다. 
 

"尹 총장 지시 전달되지 않아" 

이완규 변호사는 "채널A 사건에서 윤 총장은 구속영장 관련 내용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며 "윤 총장의 지시도 중간에서 묵살되며 전달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관정 당시 대검 형사부장은 채널A 사건의 수사자문단 회부 관련 지시가 내려졌을 무렵 연차를 내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채널A 사건은 정말 청문회라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추 장관이 지휘권까지 발동하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른바 검언유착의 당사자로 지목한 한동훈 검사장을 아직 기소하지 못했다. 추 장관은 "실패한 수사였다"는 검찰 내부의 비판과 상관없이 당시 수사 관계자들을 검사장(이정현 당시 중앙지검 1차장)과 차장검사(정진웅 당시 중앙지검 1부장)로 승진시켰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의 모습. [연합뉴스]

"대검 참모들 秋만 바라본다" 

대검 참모 근무 경험이 있는 복수의 전·현직 검사장들은 이런 사태에 대해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도 검찰총장과 대검 참모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반목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 대검 참모로 근무했던 한 전직 검사장은 "문 총장의 고집이 윤 총장보다 훨씬 더 셌다. 그때도 참모들은 내부에서 총장과 부딪치며 끊임없이 설득했었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참모들은 윤 총장을 보좌한다는 생각 없이 추 장관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尹, 秋라인 참모에 완전히 고립" 檢생활 23년 이완규의 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