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민심, 통합당에 최후일격.. 사실상 해체 명령"

• 채민기 기자

입력 2020.04.16 11:41 | 수정 2020.04.16 11:59

정치학자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제21대 총선 결과에 대해 “민심은 수구 정당인 미통당(미래통합당)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면서 “시대를 거스른 천민자본주의와 냉전반공주의에 의탁하는 자칭 보수정당(사실은 수구정당)의 해체를 명령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의미’ 글에서 미래통합당과 보수세력에 대해 “한국 보수가 합리적이고 개혁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그 미래는 없다”면서 “보수는 진정한 공화주의 세력으로 환골탈태해야만 잃어버린 국민의 신망을 회복할 수 있다. 그 과정은 느리고 고통스럽겠지만 그 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했다.

정치학자 윤평중 한신대 교수. /이진한 기자

이번 총선의 의미에 대해서는 “수구 세력을 퇴출하고 성숙한 민주공화정으로 나아가라는 ‘2016~17 촛불’의 지상명령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다시 입증한 것”이라며 “이건 한국 국민의 일반의지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민주당이 서울·수도권에서 압승한 사실을 언급하며 “중도층이 정부여당을 선택했다는 걸 뜻한다. 이는 코로나 재앙과 연계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민심이 일단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와 범(汎)여권은 19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면서 의회 권력까지 차지하게 됐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87년 체제를 통틀어 특정 정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정치적 기회를 획득하게 됐다”면서 “거기엔 정권 차원의 숙달된 권력운용과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포르투나(행운)도 작용했지만 포르투나를 권력 확장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정치적 능력”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최대한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한 문재인 정부가 “진짜 시험대 앞에 섰다”고 했다. “코로나가 초래한 전대미문의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응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이 어떤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에 전무후무한 권력을 갖게 된 문재인 정부가 초유의 통합적 능력을 발휘해 대한민국을 도약시킬지, 아니면 단일권력의 오만에 취해 역사를 후퇴시킬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확실한 건 국민이 문 정부의 차후 행로를 예의주시할 거라는 사실이다. 차기 대선이 2년 남았다”고 했다.

이번 총선은 영남(통합당)과 호남(민주당)의 대결 구도가 2016년 20대 총선에 비해 뚜렷해졌다. 이에 대해선 “지역주의의 재현과 제3정당들의 몰락은 한국 정치의 명백한 후퇴”라며 “협치와 공존이 우리 사회의 영원한 숙제임을 아프게 일깨워준다”고 했다.

윤 교수는 “국민의 선택은 지엄한 것”이라며 “각 정당은 그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우리도 스스로의 주권적 결정이 곧 역사를 만든다는 엄중함에 대해 자기성찰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6/20200416019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