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되살아난 지역주의

Shawn Chase 2020. 4. 16. 13:12


조선일보 



입력 2020.04.16 03:00

[4·15 총선]

與 서쪽, 野 동쪽… 표심 東西 양분… 양당에 밀려 제3정당들 붕괴 위기
다당제 하겠다며 '4+1' 야합하더니… 되레 거대양당 독식

4·15 총선을 통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던 지역주의가 극단적 형태로 되살아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수도권과 호남 등 서쪽 지역을 석권했고, 미래통합당은 영남과 강원 등 동쪽 지역을 차지했다. 지역적으로는 동서(東西)로 양분되고, 이념적으로는 보수·진보로 나라가 갈라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좌우 거대 양당의 완충 역할을 했던 제3 정당들은 의석이 크게 줄면서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작년 말 범여 정당들이 '다당제 구도를 만들겠다'며 '4+1 협의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어 80%가량의 비례 의석을 가져가면서 '여야 양극화'는 더욱 첨예해졌다.

민주당은 16일 0시 40분 현재 호남 지역에서는 전체 28석 중 27석을 석권했다. 광주(8석), 전남(10석) 전부와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나온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한 전북 아홉 곳에서 모두 이겼다.

이용호 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당선 후 민주당 입당을 약속했다. 박지원(전남 목포), 천정배(광주 서구을), 정동영(전북 전주병) 등 민생당의 거물급 현역 의원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맥없이 패했다. 지난 총선에선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23석을 차지하며 '녹색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호남 전체가 민주당으로 쏠렸다.

반대로 영남에선 미래통합당이 90% 이상의 의석을 가져갔다. 대구(12석), 경북(13석) 등 TK 지역에선 홍준표 무소속 후보가 출마한 한 곳을 빼고 모든 곳에서 이겼다. 부산(18석), 경남(16석), 울산(6석) 등 PK 지역에서도 35개 안팎 의석을 확보했다. 지난 총선에선 보수의 아성으로 통하는 대구에서 김부겸(수성갑), 홍의락(북구을) 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지만 이번엔 큰 격차로 패배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선 PK 지역에서 9석을 확보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5~6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호남에선 민주당 후보들이, TK에선 통합당 후보들이 2위 후보를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압도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2012년 4월 총선보다 더 심각한 동서 양분 현상으로, 국정 운영의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의당과 민생당 등 다른 군소 정당들은 지역구에서 한 곳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비례 대표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47개 의석 중 36개 안팎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 때 50석 가까웠던 제3당과 군소 정당의 의석이 10석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면서 양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여론이 호응한 이유는 중도 세력의 국회 진입이라는 명분 때문이었는데 민주당부터 제도를 악용한 '꼼수'에 앞장서면서 당혹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6/20200416002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