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작년 5·10월 '靑개입 문건' 쏟아낸 경찰… 검찰이 놀랐다

Shawn Chase 2020. 2. 13. 22:00




입력 2020.02.13 03:00

선거개입 수사 4번의 변곡점, 4쪽짜리 첩보문건으로 시작
검찰 "사건이 이렇게 흘러갈지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해"

검찰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 턱밑까지 진행된 것에는 크게 네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도 사건이 이렇게 흘러갈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개됐다"고 했다.

울산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작년 3월. 앞서 자유한국당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주변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던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선거 개입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김기현 수사' 기록 중 수사 착수 근거로 붙어 있던 '지방자치단체장(김기현) 비위 의혹'이란 제목의 4쪽짜리 첩보 문건에 주목했다. 문건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 처가의 비위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고, 죄명 같은 법률 용어도 나왔다.

울산지검은 문건의 출처 확인에 주력했다. 울산경찰청은 "서울에서 제보가 왔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믿지 않았다. 울산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수사 기관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세련된 첩보 문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같은 답변을 반복하자 검찰은 공문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면 허위공문서 작성죄가 될 수 있다. 경찰을 압박한 것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 4번의 변곡점

경찰은 작년 5월쯤 검찰에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해당 문건을 이첩받았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경찰의 '김기현 수사'가 청와대 지시로 이뤄졌다는 얘기였다. 공문을 받은 수사팀 검사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검찰은 이후 청와대와 경찰이 '김기현 수사'와 관련해 주고받은 지시·보고 문건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거부하다가 작년 10월쯤 돌연 제출했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 내부에선 "경찰이 왜 이러지"라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청와대가 뒤에 있는 사건이니 할 테면 해보라는 뜻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수사의 초점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맞춰졌고 이는 이 사건의 두 번째 변곡점이었다.

이어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수사의 활로를 열어줬다. 울산지검은 당시 현직이던 박 전 비서관을 서울서부지검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박 전 비서관이 입을 다물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그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요구로 김기현 비위 의혹 문건을 경찰에 전달했다" "심각한 위법인 걸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를 보고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작년 11월 이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켰다.

네 번째 결정적 계기는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핵심 측근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이었다. 검찰은 작년 12월 6일 송 전 부시장을 소환 조사함과 동시에 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그의 자택엔 업무수첩과 다량의 선거 관련 문건이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 내에선 "송 전 부시장이 보험용으로 자료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송 전 부시장의 업무 수첩에선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하고,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해 '교통정리'를 시도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공약을 대신 만들어준 정황도 적혀 있었다. 이후 수사는 '김기현 하명 수사'에서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선거 개입'으로 확대됐다.

수사 초반, 김기현 전 시장을 조사했던 경찰들은 모두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법원에 의해 압수수색 영장도 상당수 기각됐다. 검찰 내부에선 "네 번의 변곡점이 없었다면 수사는 좌초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3/20200213001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