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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추미애 "검찰은 권력의지 실현 기관 아냐..조직문화 바로잡아야"

Shawn Chase 2020. 2. 11. 19:04


박재현 입력 2020.02.11. 17:50


공소장 공개 기준 및 절차 설명하는 추미애 (과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소장 공개 기준 및 절차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2.11 uwg806@yna.co.kr


(과천=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1일 "검찰은 권력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로서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조직"이라며 "이러한 원칙에 따라 조직문화를 바로잡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조직 내 엘리트주의를 없애고 민생·법치·인권 3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장관은 또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무죄 추정원칙이 구현돼야 한다"며 "피의사실을 포함한 형사사건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며 국회가 공소장 등 자료 요구를 할 때도 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추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추미애 (과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2.11 uwg806@yna.co.kr


--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구체적 계획은.

▲ 수사·기소 분리는 법령 개정 전이라도 지방검찰청 단위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에서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는 경우에도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부장 회의 같은 내부적 통제 제도와 전문수사자문단 같은 외부적 통제 방안이 있지만 사실상 면밀한 검토를 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먼저 시범 케이스로 (수사·기소 분리)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법령에 어떤 부분을 반영할지 실천적으로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었다.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활용할 계획도 있나.

▲ 검사는 조직의 권력 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다. 법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사법적 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지휘·감독을 통해서 검찰이 가져야 할 자세를 먼저 조직 내에 숙지시키고 원칙들을 잘 준수하도록 조직문화를 바로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부서가 우대되던 검찰 내 엘리트주의를 빼내고 조직 전체가 사법 정의를 수호하는 기관으로서 민생과 법치, 인권이라는 3대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휘·감독권자로서 감찰 등의 방법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다.

--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검찰이 기소한 사안, 특히 고위공직자가 연관돼 있고 국민의 관심을 끄는 사건에 관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있나.

▲ 공소장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에 따라 전문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몇 명이 아직 피의자로 남아있는 상태여서 공소장 전체가 공개되면 나머지 피의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어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만큼만 공개했다.

그것보다는 헌법상 가치인 무죄 추정 원칙과 인권 보호, 국민의 알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를 논의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공소장을 공개해도 언론을 통해 나갈 때는 엄격한 보도 규정을 따르도록 한다. 미국 헌법상 무죄 추정이나 인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셈이다. 우리는 아직 그런 부분이 미진하다.

-- 검찰 인사 이후 법무부와 검찰의 내부 갈등이 외부로 흘러나오는 일이 잦은데.

▲ 원하는 대로 된 사람은 말이 없고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말이 나오는 게 인사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인사는 역사상 전무후무할 것이다. 다만 인사 이후 사직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인사였다는 평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직전 인사가 특정부서 우대 인사였다면 이번 인사는 형사·공판부에 골고루 기회를 준 인사였다. 꽤 괜찮은 인사였다는 내부적 평가가 있다는 후문을 들었다.

-- 전날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있었는데.

▲ 지방검찰청의 구체적 지휘권은 검사장의 본연적 권한이고, 이는 결재 업무를 통해 구현된다. 당시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전문수사자문단이나 부장 회의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이 지검장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지휘 감독 권한은 검사장에게 있는 것인데 이런 장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선거 준비를 의논하는 회의에서 주제와 무관하게 어떤 의도로 이 지검장에 대한 비판 발언이 나왔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을 어필하기 위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유감스럽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기자간담회 (과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0.2.11 uwg806@yna.co.kr


-- 첫 공판 이후 절차를 거쳐 국회에 공소장을 공개한다고 했는데.

▲ 수사 중인 형사사건은 무죄 추정원칙이 구현돼야 한다. 피의사실을 포함한 형사사건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소 후 공판이 열리기 이전의 형사 사건인데 이 경우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알 권리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국회의 자료요구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 요지만 전달하겠다. 다음 단계인 공판에서는 국민 알 권리에 무게를 싣겠다. 공개 필요성이 인정되는 중요 사건은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공소장을 공개하겠다.

-- 왜 하필 청와대가 연관된 선거 개입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앞서 최강욱 비서관 기소 당시에는 공소장을 공개하고 불과 1주일 사이에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인가.

▲ 최강욱 비서관 사건은 관련자가 1명이었고 기소가 되면서 사건이 끝났다. 그 공소장이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유죄 예단을 가지게끔 보도가 이어졌다. 이를 보고 단순한 알 권리보다 '조금 이따 알아도 될 권리'가 어떻겠냐 하는 의견이 있었다. 이후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장시간 토론을 거쳤다. 미국과 독일 법체계를 보면서 공소장은 비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시기상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했지만 내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 나는 '늘공(늘 공무원)'이 아니라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니까 내가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했다.

-- 최근 검찰과 충돌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단어를 사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인과 행정기관장의 의사결정 과정과 표현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 무엇이 바람직한가 고민할 때 각 실·본부 책임자의 의견을 수시로 듣는다. 치우침이 없도록 내 입장을 말하기 전에 실무자들이 충분한 의견을 말하게 하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결론을 낸다. 다만 그 결론을 언론에 표현하는 데는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앞선 표현들도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는데 법무부도 시행령 등을 고칠 계획 있나.

▲ 앞서 말했듯이 수사와 기소를 내부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겠다. 또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조만간 검사장 회의를 열어서 실무적인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겠다. 검사장들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오면 이를 가지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하위 법령안에 관련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 최근 직접 수사부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 직제개편이 이뤄졌다. 검찰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 직제개편은 내가 부임하기 이전부터 논의되던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해왔다. 오래 논의된 사항인 만큼 대검의 의견도 반영이 됐다. 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 번 더 직제 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있을 것이다.

trauma@yna.co.kr